KBS가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 및 주변인 보도 원칙을 구체화하고, 내부 검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관련 사안을 다루는 시사 및 라디오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제작자율성을 보장하는 내에서 공정성 강화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KBS는 지난 6일 이사회에서 보도·제작·라디오 부문 책임자들이 ‘대선방송공정성 확보방안’을 보고했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공정성은 개념적인 특성상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면서도 “높은 수준의 공정성 유지는 KBS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지방선거와 대선 관련한 방송, 보도, 토론 전 분야에서 엄격한 기준·준칙을 수립해 구성원과 책임자들이 깊이 인식하고 준수하도록 내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방안은 크게 검증단계 및 설명책임 강화로 요약된다. 선거보도준칙을 개정해 복수의 취재원을 확인하고 가급적 출처를 공개하는 등 두 가지를 핵심 취재원칙으로 명시하고, 후보자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인을 검증 보도하는 경우에도 출처 공개 등 원칙을 준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해서 발표하는 여론조사는 인용해서 보도하지 않는 원칙도 추가된다.
통합뉴스룸국장 직속 ‘대선검증TF’를 비롯해 보도 전 검증 장치를 여럿 두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본부장은 “(검증TF의) 핵심 보직자 5명 중 4명 이상이 동의하면 보도한다는 기준점을 세웠다. 신속하게 뭔가 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논란의 소지나 이견이 있으면 ‘느린 뉴스’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큰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의 경우 정치, 법조, 언론계 등 전문가로 구성한 대선보도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뉴스 방송 전 원고상 사실관계, 자막, 영상 등 오류를 걸러내는 역할의 ‘체크앤체크팀’은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늘고, 검토 대상은 ‘뉴스9’ 중심에서 방송·디지털 등 전반으로 확대된다.
책임설명 강화 일환으로는 개발자 등으로 구성된 ‘이용자 관여팀’이 KBS 뉴스의 온라인상 도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편집회의에 반영하는 한편, 대선 기간 보도 공정성에 대한 시청자 청원에 책임자급이 신속하게 답변하는 ‘신속청원답변제’를 운영한다.

검증 보도·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정치적 효능감’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정치부 의정팀을 ‘정책검증 전담팀’으로 전환하고 전문가 집단과 연계한 검증 보도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검증전담팀 협업이 진행 중이다. ‘정치합시다’ 시즌2(‘대통령의 자격’편)는 시민·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숙의방식을 반영한 형태로 이르면 11월부터 방영될 전망이다.
후보자 토론의 경우 보도본부 산하 시사제작국에 TV토론 전담팀이 구성됐다. 제작본부 차원에선 ‘대선공정방송모니터링단’을 꾸려 선거 관련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방송법·선거방송심의규정 등을 위반하기 쉬운 사례를 중심으로 제작진을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 오전부터 오후까지 시사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는 KBS 1라디오 관련해선 공정성·객관성과 제작자율성간 조화·균형이 주된 과제로 언급됐다.
일각에선 생방송이 문제적 발언을 실시간 전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토론회에서 후보자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을 구성해서 최대한 팩트체크된 정보가 제공되면 좋겠다”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예컨대 ‘4대강은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발언이 무분별하게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론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인권적, 혐오표현에 대한 ‘진행자 가이드라인’ 필요성도 제기했다. “발언 시간 등 규칙을 설명하는 것처럼 혐오표현이 사용되는 질문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기간 안에 검증하기 어려운 의혹을 보도하는 경우 해당 보도가 나오게 된 이유, 공익성에 대한 판단 등을 설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 소장은 “왜 이 사안을 이렇게 힘 줘서 보도하는지 아무리 밖에서 지적해도 심의가 이뤄지기 전까진 답변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보도에 대한 해명도 굉장히 중요한 알 권리라고 생각한다. 왜 기사가 쓰다 만 것 같은지, 허술해 보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적어도 선거 시기에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