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보험상담을 빙자해 특정 보험업체 영업을 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해온 보험 방송에 대한 부처 간 이견이 드러났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는 보험 방송을 업무광고로 규정했다.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광고라는 얘기다. 방통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광고인가, 프로그램인가”라고 물었다.
금융위원회는 광고 규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출모집인 또는 보험설계사가 금융정보를 제공하면서 ‘필요 시 상담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의 메시지와 함께 연락처를 제공하는 방송을 ‘업무 광고’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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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디어오늘은 EBS ‘머니톡’ 등 보험 상담 교양 프로그램들이 실상은 보험대리점업체의 기만적 협찬 방송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특정 보험업체의 협찬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해당 업체나 제휴 업체의 소속 직원들이 전문가로 출연하고, 무료 상담을 한다며 개인정보를 수집해 자사 보험설계사들에게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금융위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방송법상 포섭할 수 있는 광고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프로그램 전체를 광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방통위가 프로그램 자체를 광고로 규정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정필모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냐”며 되물었고, 한상혁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는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데 우리 시각에선 아니다”라고 답했다.
부처간 이견이 확인되자 정필모 의원은 “정부 기관에서 이견이 있으면 협의체를 만들어 결론을 내야 한다. 그래야 업체도, 소비자도, 방송사도 조치를 적절하게 취할 수 있다”며 “방통위, 금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협의체를 만들어서 방안을 내려달라. 그렇지 않으면 이런 방송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부처 간 협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교류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정필모 의원은 방통위의 늑장 대응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EBS ‘머니톡’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으나 2021년에만 30개여개 방송사에서 유사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정필모 의원은 “EBS ‘머니톡’을 국감에서 지적한 때가 1년 전”이라며 “너무 늦게 조사에 착수하신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방통위는 지난 9월30일 보험방송의 방송법 위반 문제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정필모 의원은 “EBS는 지난해 ‘머니톡’을 폐지했지만 같은 해 12월에 다른 채널에서 같은 방송을 편성하는, 이른바 셔틀방송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름만 다를 뿐 같은 포맷인 방송도 여러 채널에서 계속됐다. 심지어 다른 프로그램인데도 머니톡 무료상담 번호와 똑같은 번호가 다른 방송에 쓰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고객들을 유인해서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