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이사 승소에 방통위 사과 요구까지 터져나와
강규형 이사 승소에 방통위 사과 요구까지 터져나와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 “강규형 이사 해임 무효 판결” 강조하며 사과 요구 
법원이 부정한 행정행위는 모두 사과? 강 전 이사에게만 사과하는 게 맞나? 

강규형 전 KBS 이사(명지대 교수)가 지난달 9일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가운데, 야당 추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7일 이례적인 입장문을 내고 방통위가 강 전 이사에게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부정된 행정행위를 모두 사과해야 하는 것이냐, 혹은 강 전 이사에게만 사과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론이 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방통위는 법인카드(업무추진비) 부당 사용과 KBS 이사 품위 훼손 등을 이유로 강 전 이사 해임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해임 근거는 2017년 11월 감사원의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감사결과였다. 감사원은 강 전 이사가 업무추진비 327만3300원을 유용했고 1381만7746원의 사적사용이 의심된다며 방통위에 해임을 건의했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7일 “2017년 12월27일은 한국방송사, 방통위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날 가운데 하나였다. 이날 방통위는 KBS 이사였던 강규형 교수에 대해 해임건의를 의결했다”면서 “감사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방통위는 ‘사퇴 요구 시위대 조롱 논란, 제보자에 대한 위협‧폭언 등으로 인한 명예실추 등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별건의 치졸한 사유를 추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개혁, 방송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이뤄졌던 일의 실체는 KBS 장악, 방송장악이라는 권력의지의 실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면서 “방통위는 반성과 함께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재 상임위원도 같은 날 “강규형 이사 해임 사유로 제시한 업무용 카드의 사적 용도 사용액이 금액으로 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사원 감사결과도 KBS 당시 모든 이사에게서 비슷한 점이 지적되었는데 유독 강규형 이사만 해임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강 이사 해임의 본질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 구성된 이사회 구조를 문재인 정부 입맛에 맞게 바꿔 KBS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노조는 강 이사의 근무지인 명지대학교는 물론 그의 집 앞에까지 찾아가 사퇴 요구 시위를 벌였다”며 “정신적인 테러이고 린치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지난 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의결‧보고안건 논의가 끝난 뒤 김효재 상임위원과 안형환 상임위원이 입장문과 같은 취지의 발언에 나서며 “대법원판결에 따라 재량권을 남용한 방통위가 강규형 이사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현 부위원장과 김창룡 상임위원 등이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결론을 내지 않고 회의를 끝냈다. 5명의 상임위원들은 추후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 따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다소 복잡하다. 우선 법원은 강규형 전 이사에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2017년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투쟁을 이끌었던 성재호 KBS기자(현 방송기자연합회장)는 8일 통화에서 “법원에선 강 전 이사가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쓴 건 맞지만 해임 사유로 충분한지를 다툰 것이다. 법원 판단을 존중해야겠지만 KBS 구성원 입장에서는 스스로 이사직을 사퇴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다. 사내에서는 100만 원 규모의 공금 유용으로 해고된 직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이사는 공인이다. 당시 노조는 KBS 법인카드를 애견카페에서 쓰는 강 이사를 이상하게 여긴 제보까지 받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우리가 집 앞에 가서 시위한 적은 없다. 명지대의 경우 명지대 학생회와 함께 했다”고 전했으며 “만약 방통위가 사과할 일이 있다면 그런 사람을 KBS이사로 뽑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규형 전 KBS 이사는 2017년 9월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퇴진’ 피켓 시위를 하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조롱 시비를 불렀다. 사진=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강규형 전 KBS 이사는 2017년 9월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퇴진’ 피켓 시위를 하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조롱 시비를 불렀다. 사진=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법원은 해임이 과하다고 했지만,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건 사실이다. 당장 방통위 내에서는 법원에 의해 부정받은 행정행위는 모두 사과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강 이사의 경우 금액의 규모를 떠나 자신을 비판하는 KBS 구성원을 조롱하는 모습으로 당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었다. 법원의 판결은 강 전 이사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해임에 이를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만약 방통위의 해임건의라는 행정 판단이 법적 판단과 다르다고 해서 사과해야 한다면, 지난해 페이스북과의 소송에서도 패소했으니 이용자 불편을 초래해 시정명령했던 행정 행위도 사과해야 하는 것이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사과의 ‘나비효과’다. 이명박정부 첫해였던 2008년, 신태섭 KBS이사는 교수로 재직 중이던 동의대에서 총장 허가 없이 이사를 겸직하고 수업에 차질을 빚었다는 등의 이유로 그해 7월1일 동의대에서 해임됐다. 이후 방통위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8항(징계로 해임처분을 받은 때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을 근거로 7월18일 신태섭 이사의 이사 자격을 박탈했다. 이후 KBS이사회 구도가 한나라당 다수로 바뀌었고, 이사회는 그해 8월8일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했다. 

신 이사는 동의대 해임무효소송에 나섰고, 2009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KBS 보궐이사 임명처분 무효소송에서도 역시 승소했다. KBS 이사직 박탈은 법적으로 무효였으며, 당시 정권 차원에서 신 이사의 이사직 사퇴를 종용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방통위의 사과는 없다. 따라서 방통위가 만약 강 전 이사에게 사과를 한다면, 강 전 이사와 달리 아무 잘못도 없었던 신 전 이사에게도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 이 경우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쳐오며 지금까지 방통위가 공영방송과 관련해 저지른 여러 실책에 대한 사과 요구가 시민사회로부터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방통위가 감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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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을 부당하게 쓴 사람은 2021-10-08 17:07:16
해고됐는데 천여만원을 부당사용한 이사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겐가? 법원의 이상한 판결 이해안간다
강규형이라는 사람 사진을 보니 정신적인 테러나
린치를 당한 사람같지가 않다 오히려 문제제기한
노조의 시위를 조롱하고 있지않나 각설하더라도
부당한 처사에 대해 이중잣대를 부여하는건 말이
안되는데 이상한 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오히려
부당유용한 장본인에게 방통위더러 사과하라고하는 안형환 (이 사람 역시 새누리 한나라출신)의 억지가
너무 어이없다 국회의원 또 나와도 절대 찍어주지
말기를 지역주민에게 부탁한다

민들레 2021-10-08 13:09:47
공금 1381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는데 작은 금액이라고????? 대체 얼마씩을 해드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