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신임 이사들, 스스로 약속한 ‘비정규직 문제 개선’ 나서야”
“공영방송 신임 이사들, 스스로 약속한 ‘비정규직 문제 개선’ 나서야”
전국언론노동조합, 신임 이사들 후보 면접 당시 답변 공개하며 공개 질의 나서 
“경영진과 이사진, 불합리한 제도에 의한 노동자권리침해 해소 위해 노력해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영방송 신임 이사 다수가 방송사 비정규직‧프리랜서의 부당한 처우 문제 개선을 약속했다”며 즉각적인 이행을 위한 공개 질의에 나섰다. 

언론노조가 7일 기자회견에서 신임 이사들이 이사 후보 면접 과정에서 답한 ‘방송사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의 불안정 고용 및 근로자 지위 불안정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약‧공개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은 “방송사 내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자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불안정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의 안전과 지속 가능성에 도움을 준다”며 “구의역 사건 이후 지하철 역사 수리 담당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역사의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가 80%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방문진 지성우 이사는 “최근 법원과 중노위에서 방송종사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특별근로감독 외에도 방통위의 적극적 감독이 필요하고 이사회도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 나서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임정환 이사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비정규직에 불평등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공영방송에서 일어나선 안된다”고 밝혔다. 윤능호 이사는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으며, 강중묵 이사는 “문체부 표준계약서 도입이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박선아 이사는 “비정규 노동의 문제를 노동과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석환 이사는 “한국 방송산업이 여기까지 오는데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의 역할과 희생이 대단히 컸다”고 했다.

▲공영방송 3사.
▲공영방송 3사.

KBS이사회 권순범 이사는 “노동인권 감수성은 KBS가 추구해야 할 또 다른 가치”라며 “이 문제는 제한된 재원의 배분과 직결되기 때문에 KBS 방송종사자들과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김종민 이사는 “실태 파악 이후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함께 처우 개선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찬태 이사는 “방송사 공동으로 해법을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으며, 류일형 이사는 “수시로 근로실태를 파악해 차별이나 불법‧불합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감독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KBS 윤석년 이사는 “공적 재원 현안이 해결된다면 TF를 구성해 개선책을 낼 것”이라고 밝혔고, 이상요 이사는 “직무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를 맞춤형으로 해소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재권 이사는 “노동계에선 방송사를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비판해왔다. 우선 KBS의 비정규직 인력 현황과 근로 실태가 정확히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으며, 남영진 이사장은 “채용 때부터 정확한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다. 

EBS이사회 유시춘 이사장은 “파견직의 경우 결코 일시적 수요가 아님에도 취약한 지위에 있다”며 “단일호봉제 유지가 어렵다면 사원A, 사원B군으로 분류해서라도 정규직화하는 것이 공영방송으로서 정부 원칙을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미정 이사는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 상황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EBS 여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으며, 조호연 이사는 “1차적으로 처우개선을 하되 종국적으로 재원확보를 통한 비정규직 축소 및 정규직화의 틀로 대응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기자회견 모습. ⓒ언론노조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기자회견 모습. ⓒ언론노조

 

“공영방송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스스로 도덕적 권위 회복하는 과정”

언론노조는 7일 “스스로 답한 약속을 곧바로 이행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공영방송 이사 공개 질의서를 준비했다. 언론노조는 우선 “공영방송 3사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조건에 따라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및 대책을 (방통위에) 제출했는데, 3사 이사회에서 해당 실태조사 및 대책 문건의 점검을 안건으로 상정해 검토 결과를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현재 방통위는 관련 문건을 비공개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또 “현장에선 불공정 서면 계약이 난무한다. 이사회에서 각사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 시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노동자와의 계약, 급여, 휴가, 창작물에 대한 권리 배분 등에 대한 인력운용 규정 마련과 불안정 노동자들을 위한 서면계약서 개정을 이사회 안건을 통해 사측에 요청하고 점검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언론노조는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질의서를 이사들 전원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낸 뒤, 10월 말까지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고,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공영방송 스스로 (프로그램을 통해) 내보내고 있지만 스스로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이행되지 않고 있어 내로남불‧위선이라 지적받고 있다”고 전한 뒤 “우선 개별 사업장에서 경영진과 이사진이 경영 행위로서 불합리한 제도에 의한 노동자권리침해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공영방송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있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스스로의 도덕적 권위를 회복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면서 “공영방송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처우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방송사 내 비정규직 비율이 약 42%(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20년)이며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프리랜서 임금은 정규직 대비 3분의1 수준인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공영방송이 공적 책무와 콘텐츠의 공공성을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기자회견 발언 중인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 ⓒ언론노조
▲기자회견 발언 중인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 ⓒ언론노조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답변서를 보니 상당수 이사들이 문체부 표준계약서를 대안으로 제시했던데 대안이 아니라 기본이다. 계약서 작성은 기본이다”라고 꼬집은 뒤 “문체부 표준계약서도 드라마 작가를 대상으로 만들어져 비드라마 작가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계약서를 쓰는지 감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사회에서 충분히 감독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별 지부장은 “방송사에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다수 존재한다. 현재 지상파3사 대상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진행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면 방송사는 그대로 수용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사가 선도적으로 (개선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은 교섭이다. 하지만 KBS와 MBC에 지난 8월 정직 교섭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답이 없다. 이사회가 경영진에 우리와의 교섭에 응하라고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공영방송은 프로그램 제작과정 또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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