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좋은 모델이나 부실한 일자리 양산 우려도
광주형 일자리, 좋은 모델이나 부실한 일자리 양산 우려도
[천현우의 시사 용접소] 훌륭한 ‘청년 지방 유인책’ 기대 vs 눈먼돈 따먹기 과잉경쟁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

줄곧 청년과 지방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라고 주장해왔다. 하여 최근 관심 있게 찾아 본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광주형 일자리였다. 지방 하청 공장 노동자 입장에선 상당히 합리성 있는 대안으로 보였다. 허나 이번에 광주 글로벌 모터스가 생산한 경형 SUV 캐스퍼가 논란 속에서도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와중. 정작 모체인 광주 글로벌 모터스의 이야기는 의외로 화제가 되지 않았다. 하여 이 제도의 취지나 개요에 대해 얕게나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장 가동

2019년 1월31일. 광주시와 현대차는 신규법인 투자협정서를 체결하며 마침내 광주형 일자리의 출항을 알렸다. 물론 그 이전에 수많은 추진 시도와 저지 투쟁이 있었다. 2018년 11월2일. 광주 조선대학교 총학생회는 가슴 절절한 기자회견으로 광주형 일자리의 유치를 호소하는 반면. 다음날 11월3일 현대차노조는 ‘국내 경차 수요 과포화’를 이유로 ‘자동차산업 노동자를 사지로 모는 광주형 일자리’를 ‘총력투쟁’으로 막아서겠다고 결의했다. 갈등 속에서 공장이 만들어지고 인력이 투입되는 데까지 또 다시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2021년 4월29일에 공장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가운데),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오른쪽),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부장이 2019년 1월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디지털 서명을 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가운데),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오른쪽),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부장이 2019년 1월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디지털 서명을 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된 배경은 이러하다. 현재 제조업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망 안에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양당제의 경직된 구조와 흡사한 회사와 노조 간 관계 때문이다. 서로를 압도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나온 노사협상의 성과는 대체로 재벌 대기업과 정규직 둘만 나누어 가지기 일쑤다. 기업은 귀족노조를 이유로 신규 투자를 안 해도 되고, 노조는 정규직 더 뽑는 대신 자기 연봉을 더 올린다. 이 담합의 폐해는 결국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가 떠안는다. 소비자 또한 다달이 비싸지는 찻값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착취담합의 사슬 속. 제조업 기업의 해외이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재벌 대기업은 언론을 통해 ‘귀족 노조 때문에 못해먹겠다’식으로 공장 이전을 정당화한다.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선 결국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정립 및 상생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대우는?

광주형 일자리의 근로조건은 아주 좋다곤 할 수 없다. 주 44시간 기준 평균연봉 3500만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어떤 임금’ 수준이다. 허나 기본급을 높여 제대로 된 잔업수당을 받아갈 수 있고, 정부의 복지지원으로 노동자들이 주거·의료·교육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유연시간 근로제를 채택. 제품 수요가 많을 땐 잔업과 특근을 반복해야 하는 공장 노동자를 위해 최소한의 ‘워라밸’도 확보해주고 있다.  또한 노동자는 호봉제가 아닌 직무급제에 따라서 임금이 결정된다. 물론 이 직무급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찬반이 갈릴 수 있다. 능력주의를 외치는 이들의 망상과는 달리. 노동이 얼마만큼 이익에 기여하는지, 어느 일이 더 힘들고 덜 힘든지는 쉽사리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자기 가치가 오르는 연공급제에 비하면 훨씬 합리적인 모델임에는 분명하다. 사족이지만 이러한 근로조건은 같은 업종 회사인 군산형 일자리(명신 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좋은 모델이지만 불안한 점도 있어

나는 광주형 일자리가 훌륭한 ‘청년 지방 유인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수도권에서 일해서 번 돈만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복지 지원 하에서 초봉 3500 수준으로 사회생활 시작하면, 근속기간 10년 차 쯤엔 지방 아파트 정도는 충분히 구매해 볼 여지가 생긴다. 대기업, 공무원, 공기업 수준엔 못 미칠지언정. 비벼볼 만한 언덕이 생기는 셈이다. 이렇게 ‘제대로 일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스펙경쟁에선 밀렸을지언정 노동 의욕 충만한 청년들이 지방으로 유입될 것이고, 이로써 지방의 청년 유출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 9월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 완성차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양산차 캐스퍼가 출고되고 있다. ⓒ 연합뉴스
▲ 9월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 완성차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양산차 캐스퍼가 출고되고 있다. ⓒ 연합뉴스

걱정되는 부분이 없진 않다. 지자체 간의 과잉경쟁의 여지가 있다는 점. 이게 국가지원 사업이다 보니, ‘눈 먼 돈 따먹기’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다는 점. 공무원들이 과시적 성과에 골몰한 나머지 내용은 부실한 일자리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까지. 이 위험을 잠재우기 위해선 결국 지방 정부에서 원칙을 충실하게 세워 기업을 감시하는 한편. 노사관계 상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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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독점 해체 2021-10-12 00:26:15
경상도 독점 해체

석양 2021-10-11 12:57:08
이런 기사는 정말 사람들이 많이 읽고 토론해야할 기사인데~~~~기자님 기사 잘 읽고 배우고 갑니다

류달용 2021-10-11 12:55:22
광주형일자리제품은 관주도형의 케치프레어산물이다?
현정부화답의 일자리만들기에 부응하여 생산직공무원만들기의 일환으로 행정기관이 제조업에 뛰어드는 무모함이다.
실체도없는 뉴딜정책에 일자리라면 꺼벅죽는모습이다.
누가 일자리를만드는데 반대하겠는가?
자연스러운이치는 기업에서주도하면 어느것하나 흠잡을게없다.
보여주기 나타내기에 취해서 국가보조금 금지인 WTO협정위반에대해서는 존재조차부정한다.
세계무역질서에서 통상마잘을 어떻게피하려고 얼굴드러내놓고 보조금을줘서 연봉을 5,000만원을 맞춘다고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