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의 베를린 노트] 독일 뉴스의 틱톡 활용법
[이유진의 베를린 노트] 독일 뉴스의 틱톡 활용법

“너희들은 뉴스 어디에서 봐?” 알고 지내는 독일 청소년 두 명에게 물었다. 

“인스타요.”
“거기 사진 한 장에 한마디씩 적혀있는 거?”
“네.”
“또?”
“틱톡이요.”

틱톡 앱을 다운로드 받은 건 그래서였다. 독일 청소년들은 대체 어떤 뉴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독일 틱톡의 뉴스 생태계는 꽤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독일 공영방송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 틱톡 팔로워가 5일 현재 96만4000명에 이른다. 계정 ‘좋아요’ 수는 2400만 개. 세 명의 젊은 기자들이 직접 출연해 영상을 만든다. 기존에 방송된 뉴스 영상을 재가공하는 게 아니다. 틱톡 이용자를 타깃으로 30초에서 1분 사이 분량으로 새롭게 만든 뉴스 콘텐츠다. 영상 조회수는 기본 3만을 넘는다. 

지난 8월 뉴스앵커 수자네 다우브너(Susanne Daubner)가 진지한 목소리로 ‘올해의 청소년 단어’를 나열한 영상은 조회 수 370만 회, 좋아요 47만 개를 넘기면서 틱톡 타게스샤우에서 가장 성공적인 콘텐츠로 화제를 모았다.

▲독일 공영방송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 틱톡 계정 ⓒtagesschau/tiktok
▲독일 공영방송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 틱톡 계정 ⓒtagesschau/tiktok

지난 9월 26일 총선을 앞두고는 틱톡 내 ‘선거 특별 페이지’가 생기기도 했다. 선거나 총리 후보자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면 독일 공영방송이 준비한 페이지로 먼저 안내된다. 첫 투표를 앞둔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 정보를 간략히 제공하고, 각 공영방송사가 만든 틱톡 콘텐츠로 연결한다. 가벼운 콘텐츠에서 벗어나 진중한 정보를 다루고 싶은 틱톡의 욕구와 젊은 시청자와 연결되고자 하는 공영방송의 욕구가 만난 결과다.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독일 주요 언론사들도 틱톡 채널을 운영한다. 독일 유력 주간지 차이트(Zeit) 틱톡 채널 팔로워는 5만 명. 정치, 사회, 범죄, 지식 등 카테고리를 나누어 기자들이 직접 출연해 1분 내외로 이슈를 설명한다. 선거를 앞두고는 ‘첫 투표’라는 키워드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18세 유권자들은 얼마나 힘이 있는가”, “투표소에서 허용되는 것과 금지되는 것”, “공감이냐 공약이냐-유권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거창한 내용은 아니다. 차이트다운 품격을 지키면서도 청소년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룬다. 

▲독일 주간지 차이트가 운영하는 틱톡 계정 ⓒzeit/tiktok
▲독일 주간지 '차이트'가 운영하는 틱톡 계정 ⓒzeit/tiktok

독일 언론사들의 틱톡 콘텐츠가 갖는 공통점은 ‘모바일 스낵 영상’이라는 채널의 특성을 살려 콘텐츠를 새롭게 기획하고 제작했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뉴스를 골라 재편집하지 않는다. 대신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고려하고 미디어 교육적 내용을 담은 새로운 꼭지를 기획한다.

이 콘텐츠는 틱톡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 세로 영상 플랫폼에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성 채널에서 다루는 뉴스의 개념과 제작‧전달 방식 모두 다르다. 타깃이 다르니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팩스를 쓰고, 편지를 쓰고, 열쇠를 쓰는 독일. 느리고 답답한 독일이지만 언론사가 새로운 채널에 뛰어들고 적응하는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르다. 트렌드에 떠밀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청소년과 뉴스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독일 미디어의 진지한 고민과 실행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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