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일부 진보 유튜버들과 온라인매체를 겨냥한 내부 문건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대표에게 의도적으로 ‘비방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건에서 당사자로 지목받은 유튜버들과 온라인매체는 ‘블랙리스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몇몇 유튜버에 경기도 홍보비 수억원 들어가”
18일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 후보 캠프 내부는 최근 ‘이낙연 후보 비방을 주도하는 유튜브 방송 실태’라는 제목의 8쪽 분량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김용민TV, 이동형TV, 새가 날아든다, 이송원TV, 시사타파TV 등 진보진영 유튜버들과 온라인매체 고발뉴스, 열린공감TV가 언급됐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들은 언급하며 “이 전 대표에 대해 지속적, 조직적으로 비난방송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 전 대표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성 투표를 하고,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결탁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음해하고, 옵티머스 사건과 연루되고 삼부토건의 배후인 것처럼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독자들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 측이 문건을 통해 문제 삼은 방송은 △김용민TV 6월24일자 “[김용민 브리핑] ‘아리송해’ 최성해 인터뷰 ‘이낙연 측근 찾아왔다’” △김용민TV 7월8일자 “[김용민 브리핑] 이낙연 잊지 마세요 ‘X밀필패’는 진리임을” △이동형TV 2월4일자 “[저널리즘토크쇼M] 근거도 설득력도 없는 이재명 견제” △이동형TV 7월15일자 “이재명, 본경선에서 사이다모드 ON?” △이동형TV 7월21일자 “[이이제이X라이브] 이낙연 캠프, 정치자영업자와 빠른손절해야” △이동형TV 7월28일자 “[이이제이X라이브] 이작가와 함께하는 파리 투나잇” 등이다. 이 전 대표에는 비판적이거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우호적인 방송 내용들이다.

이어 “이들 유튜버는 경기도의 ‘경기호황쇼’와 연결돼 거액의 출연료를 받거나 기본소득 등 광고 수주를 통해 지원을 받으면서 이 전 대표 비방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경기도 홍보비 관련 자료에 따르면 팟캐스트에 대한 예산은 지난 6월까지 2년6개월간 총액은 4억5300만원, 유튜브 예산은 8억7200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에 대한 홍보비와 별개로 뉴미디어에 대한 홍보비도 집행이 된 것”이라며 “구독자 수와 조회 수에 따라 지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문건에 언급된 곳들의 유튜버 구독자 수는 △김용민TV 50만 △시사타파TV 48만 △고발뉴스 50만 △열린공감TV 50만 △새가 날아든다 42만 △이동형TV 38만 △이송원TV 19만이다.
문건에 언급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유튜브 방송과 관련해서는 일체 받은 것이 없다”며 “인터넷 신문에서 배너 광고를 몇 차례 받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친이재명 유튜버 등 겨냥 “이낙연에 조직적 비난”
이 전 대표 측은 경기도에서 진행 중인 홍보 프로그램 경기호황쇼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경기호황쇼는 경기도가 도정 홍보 차원에서 만든 홍보 프로그램이다. 현재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유튜브에 송출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박지훈 변호사와 MC 장원 등 4명의 진행자가 고정 출연하고 있으며 매회 특별 출연 형태로 게스트들을 초대해 방송한다. 이 게스트들 중에는 이동형 작가, 김용민 PD,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등 시사프로 진행자들과 정치평론가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특히 이 작가와 김 PD는 출연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으며, 김 PD의 경우 별도 경기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한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문건에 언급된 김 PD는 “경기호황쇼가 지난 2019년 2월부터 시작돼 182회가 진행됐는데 이 중 4회만 출연했다”며 “이 문건에서 언급하는 경기방송이 지난해 3월 문을 닫은 경기방송인지 경기FM인지 모르겠지만 경기방송이라는 곳에는 출연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어 이 작가와 박 변호사를 언급하며 “다른 출연진들과 달리 이 작가와 박 변호사는 이동형TV와 계약에 의해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그 액수는 수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근거로 ‘경기호황쇼 출연료 지급 방법 예시’라는 항목을 넣고 이 작가가 이동형TV에서 발언한 내용을 첨부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작가가 지난달 27일 이동형TV에서 “경기도에서 부당하게 돈을 받은 것처럼 얘기하는데. 쥐뿔도 모르는 소리 하고 있다. 법인으로 계약한 것도 모르고, 내가 이런 거까지 설명해줘야 하나”라고 발언했다고 문건에 담았다.
이와 관련해 박 변호사는 “이 작가는 고정 출연진도 아닌데 수억원대 출연료가 말이 되는가”라며 “경기도 홍보팀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고 출연료 자체는 평소 받는 것에 비해서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또 이 작가의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진행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표 측은 문건에서 “공적 영역인 언론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시사프로 진행자들이 특정 대선 후보 측으로부터 거액의 출연료를 받은 사안으로 중립 의무와 저널리즘 윤리를 현저히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김 PD를 두고선 “막말과 혐오 비하 등으로 지상파 방송에서 출연 정지당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문건에 담긴 인사들 반발 “블랙리스트”
해당 문건에 언급된 이들은 하나 같이 불쾌감을 표했다. 캠프 차원에서 언론 분석을 위해 문건을 만들 수는 있지만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을 토대로 비방만을 위한 문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PD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감으로 자질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행사”라며 “만약 그 의견과 표현이 허위사실에 기초해 있다면 얼마든지 의견 제시나 항의 심지어 소 제기를 할 수 있음에도 ‘이낙연 후보에 대해 뚜렷하게 편향적인 스탠스’를 취한다는 점을 문제 삼아 비난 페이퍼를 만든다면 그 자체로도 이 전 대표가 대통령감이 아님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작가도 기초사실부터 틀렸다며 한심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열린공감TV 관계자는 “열린공감TV는 시민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후보 신분’으로 이런 문건을 작성할 정도면, 혹여나 대통령이 됐을 때는 어떨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이낙연 캠프 측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호 기자는 “이 전 대표 측에서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고 그 캠프에는 (저와 함께) MBC에 계시던 분들도 계시지 않는가”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 만들던 것과 무엇이 다른지 놀랍고 실망스러워서 차마 믿기지 않는 상황이다. 대책은 향후에 함께 거명된 매체들과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캠프 내부에서 만든 문건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일상적 업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문건에 언급된 이들에게 경기도 세금이 들어가는 것을 두고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캠프 관계자가 만든 문건이 맞다. 캠프 내 언론 보도를 분석하는 담당자가 모니터링을 하면서 만든 것”이라며 “자기 캠프 관련 후보들의 관련 방송 내용을 분석하는 일환이다. 우리 캠프뿐만 아니라 보도 분석을 하는 것은 일상적 업무”라고 말했다.
이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기도 혈세가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곳에 투입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경기도 도정을 위해 써야 할 거액의 혈세가 특정 후보 비방에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