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중 신임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11일 취임사를 통해 “조선일보 정체성만 빼고 다 바꾸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자로 TV조선 보도본부장이던 주 국장을 신임 편집국장에 임명했다. 전임 박두식 전 편집국장은 조선일보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 국장은 지난 4년 7개월 동안 TV조선 보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주 국장은 “방송에서 4년 7개월 만에 돌아왔다. 중책을 맡겨 주신 사장님과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올해 조선일보는 10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100년 전통에 기대려만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100년을 우리가 열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조선일보 정체성만 빼고 다 바꾸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국장은 “TV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라는 콘텐츠의 위대함, 콘텐츠 기적을 체험했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시청률도 4~5배로 뛰었다”면서 “신문 1등, 방송 1등에 이어 디지털도 1등을 하고 조선일보를 전체 미디어시장의 허브로 우뚝 세우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대전환, 콘텐츠의 점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주 국장은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성공한 유튜버,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티브가 즐비하다. 그런데 우리 기자들에겐 신문, 방송, 디지털, 유튜브 등 자신의 혼과 창의력을 발휘할 플랫폼이 주어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콘텐츠를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조선미디어그룹은 좋은 직장”이라며 “우리 중 100명의 ‘기자 인플루언서’, ‘기자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고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조선미디어그룹은 새로운 100년을 주도할 수 있다. 우리 편집국엔 그런 잠재력을 가진 분들이 많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주 국장은 신문 제작과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며 “두 영역이 겹치지 않는 부분에선 디지털의 독창성과 신문의 독창성을 각각 살려야 한다. 결국 신문과 디지털의 공통 부분이 무엇이고 비공통 부분이 무엇이냐를 가려서 효과적으로 우리의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국장은 “혁신에 성공한 모든 조직의 공통점은 아래와 위, 옆으로 신속하게 정보를 취합하고 의사 결정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일, 중복된 일, 숙련된 기자가 안 해도 될 일을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하도록 하겠다. 사내 디지털 스쿨을 만들어 첨단 디지털 콘텐츠 관련 다양한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 국장은 “신문은 우리의 엔진”이라며 “제가 편집국장으로 임명받은 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대한민국을 부탁한다’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어려운 상황이고 사람들이 희망을 찾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가 나라를 지킨다고 한다. 책임감을 느낍니다. 다만 할 말은 한다는 평가와 함께 ‘조선일보에서 지혜를 얻는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박두식 전 편집국장은 이임사를 통해 “수습 기자 첫날의 마지막 일정은 늦은 밤 서울역에서 지방으로 가는 신문 발송(發送) 작업을 돕는 것이었다”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갓 인쇄된 신문에서 나오는 향(香)이 저를 매료시켰고, 그 경험이 31년 넘게 신문기자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 조선일보 편집국이 만드는 디지털 콘텐츠들이 그렇게 세상을 감동시키는 날이 꼭 올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박 전 국장은 “지난 1년여 정말 원없이 욕을 먹었던 것 같다. 저 역시 새벽부터 한밤 중까지 인터넷 속보에 허덕이다 신문 지면 제작까지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되는 편집국 기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며 “편집국장 이·취임식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이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코로나라는 역병이 그것마저 가로막았다. 이 지면을 빌려 편집국 모든 분들께 ‘고맙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