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부는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해 산업재해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정부는 출연료 미지급 등 불공정 관행에 대한 법률상담과 소송을 지원하고, 표준계약서 정착을 유도하며, 영화 촬영 현장에 응급의료팀을 대기시키고 관련 비용을 지원하고, 부상위험이 있는 전문 무용수의 치료‧재활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런데 정부 계획에는 프랑스 등 선진국 예술인복지의 핵심으로 꼽히는 실업급여,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이 빠져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이헌욱 변호사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용직 대우를 받는 예술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4대보험과 실업부조 혜택을 못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욱 변호사는 “예술인도 어떤 부분에서는 노동자로 볼 수 있는데 4대 보험, 실업급여를 보장하는 것이 예술인복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준) 나도원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이 많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면서도 “예술인복지는 근본적으로 예술인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 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금이 불안하다는 것도 문제다. 최근 문화제육관광부가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에 제출한 문화예술진흥기금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547억8700만 원이던 기금은 2008년 4090억8100만 원, 2010년 2987억9800만 원, 2012년 2522억4700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정부는 이 기금을 통해 문화예술 사업을 하는데 적립금이 줄면 그만큼 정부 전입금에 의존하게 된다.
손실률 10% 수준의 금융투자 손실도 있었다. 김희정 의원실이 ‘문화예술진흥기금 여유자금 금융상품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진흥기금의 투자금액 2078억 대비 평가금액은 1810억 원으로 268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은행에 맡긴 만기미정의 ‘특정금전신탁’ 상품의 경우 200억 원을 투자했지만 평가금액은 5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 기금을 늘리고 활용 폭도 넓히기로 한 상황에서 기금의 불안정성이 정책에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희정 의원실은 “매년 사업비를 전입금에 의존하는 문예진흥기금의 적립금이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투자손실 발생은 안정적 기금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도원 준비위원장은 “이 기금을 대부분 소비자와 세금으로 조성한다는 점에서 틀 자체를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지금 기금은 영화발전기금처럼 소비자 호주머니에서 나오고, 정부는 금융투자로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데 사실 돈을 내야 하는 주체는 문화산업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업자이고, 정부는 기금을 본연 목적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헌욱 변호사는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면 적자가 불가피하겠지만 금융투자로 적자를 보는 것은 기금을 방만하게 운영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며 “기금 손실이 있는 만큼 이를 객관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이나 기금의 운용을 공적으로 위탁하는 방법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