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일부 지상파, KTX 사태 외면 심각"
"보수신문·일부 지상파, KTX 사태 외면 심각"
[현장] 진보성향 신문들도 노동부 판정 뒤 보도 급감 아쉬움

KTX 여승무원들이 불합리한 고용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에 나선 지난 2005년 9월 이후 지금까지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과 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 사태를 거의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사태의 원인과 파업의 배경 등 본질적인 문제를 전달하긴 했지만, 노동부의 ‘불법파견이 아니다’라는 판정 이후 보도 건수가 급감해 아쉬움을 남겼다.

   
  ▲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과 언론연대는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KTX 여승무원 사태와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KTX사태, 보수신문 외면 심각한 상태"

지난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TX 여성승무원 사태와 언론 보도’ 토론회에서 윤익한 언론개혁시민연대 방송정책팀장은 2005년 9월부터 2007년 1월20일까지 1년 5개월여 동안의 언론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프레시안이 61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겨레 27건, 경향 19건, KBS 14건, SBS 6건, MBC 4건 순이었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매체 영향력과 시장지배력을 고려한다면 분석대상에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포함돼야 하지만 조선이 분석기간 동안 3건, 중앙 4건, 동아가 8건을 보도해 분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유형과 논조에서도 한겨레와 경향, 프레시안 등이 일부 심층기사와 사설·논평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여승무원의 파업, 점거농성을 단순보도하거나 철도공사와 노동부의 입장을 중계식으로 전달한 보도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 매체별로 KTX 사태를 보도한 기자의 수를 살펴보니 한겨레와 프레시안을 제외하고는 전담 기자가 없는 실정이었고, 그 결과 윤 팀장은 “KTX 여승무원 사태의 본질 즉,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보도와 기사를 통해 정확히 전달하고 있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기자들, '중립' 앞세워 면피 급급"

이영자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객관주의적 저널리즘은 ‘중립’의 이름으로 언론사와 기자들이 책임을 면피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문제, 편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구조적 차별, 그에 따른 노동 시장의 미래를 현장 기자들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TX 문제’에 대한 열한가지 신화와 현실>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조순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예산, 정원이 없고 승무원들이 안전 문제를 담당하지 않아 “직접고용은 절대 안된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 교수는 “2005년도 예산 중 불용액이 7400억 원이고, 철도공사가 당연히 받아야 할 돈(결과적으로 받지 못한) 돈이 2005년 1400억 원, 물품구매 및 공사발주 과정에서도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등 예산 문제로 집접고용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원이 없어 직접고용이 불가능하다는 철도공사쪽 주장에 대해서도 “2006년 2월 말 현재 철도공사의 현원은 정원에 비해 410명의 여유 정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직급별 정원을 보면 승무원이 정규직화되었을 때 해당되는 6급의 경우 현원은 정원에 비해 1000명 정도가 더 적다”며 “승무원들은 당초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당장 어렵다면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라는 요구를 해 온 만큼 더더욱 정원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파업 당시 여승무원 수는 380명 정도였다.

조 교수는 “KTX 여승무원 문제는 단순히 불법파견 여부나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문제를 넘어서 철도 고객인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00여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객차 18량의 388m를 1호차에서 18호차까지 아무런 방해없이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 데 7∼8분 정도 걸리는데, 단 한 명의 열차팀장(철도공사 정규직)만이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팀장이 여승무원에게 아무런 ‘지시’나 ‘지휘감독’을 하지 않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분리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면 위급한 이례적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은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승무원 업무가 안전과 무관하다며 안전업무를 공사 소속인 ‘공식적으로’ 열차팀장에게만 일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철도공사 소속의 열차팀장이 외주위탁업체 소속인 여승무원에게 지휘나 감독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이 되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일 뿐, 실제로 여승무원은 안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중래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 KTX에는 열차팀장 1명과 여승무원, 새마을호에는 전무 1명과 여승무원, 무궁화호에는 전무 1명과 철도공사 소속 차장 1명이 탑승하고 있다”며 “정말 여승무원이 안전 업무를 담당하지 않고 있다면, 가장 느린 무궁화호를 타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또, ‘철도안전법’에도 승무원은 안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고, 그에 따른 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신문들, 옳고 그름보다 정파이해 우선하기 때문"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KTX 사태를 무시하는 것은 기자들의 이해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파급 효과가 너무 큰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 위원은 “세계적으로 자본은 약자인 노동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를 교묘히 피하면서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고 싶어한다”면서 “KTX 사태와 같이 간접고용을 통해 집단적으로 고용하고 해고하는 ‘형식적 도급’은 세계적 추세로 앞으로 가장 많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중동 입장에서는 이런 사안의 옳고 그름을 까발려 드러내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세원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KTX 승무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전문성을 갖추도록 그에 걸맞은 교육과 시스템이 가능한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KTX의 안전문제가 심각한데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언론은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려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번 토론회는 KTX여승무원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과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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