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동정성 접근에서 벗어났으면”
“미담·동정성 접근에서 벗어났으면”
[KTX 파업 100일 언론보도점검]파업 100일 KTX 열차승무지부 한효미 부 지부장

"MBC 종일 취재,방송에선 ‘우는 장면만’"

파업에 들어간지 오는 8일로 100일 째를 맞는 KTX 승무원들은 언론에 대해 “‘젊고 예쁜 여승무원이 파업한다’‘안쓰럽다’는 식으로 접근해왔다”며 “승객의 안전과 공공성을 위협하는 정부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 문제를 바라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7일 박종철 인권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지난 2일 서울역에서 농성중인 이들을 방문해 현재 단식중인 서울KTX 열차승무지부 한효미 부지부장(사진)과 부산KTX 열차승무지부 윤선옥 부대변인을 만났다.

   
  ▲ 전국철도노조 서울KTX열차승무지부 한효미(가운데) 부지부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서울역사 대합실에서 정리해고 철회와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 파업을 하게 된 이유는 = “지난 2004년 입사한 직후 여객규정에는 고객의 안전 등에 대한 승무원으로서의 책임과 권한이 명시돼있었고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 또한 철도공사 직원이었던 열차팀장으로부터 검표, 특실 서비스, PDA 부정승차 등에 대한 업무지시도 직접 받았지만 실제 책임과 권한은 없었다. 

우리는 노동법상 파견근로 대상이 아닌 업종이어서 서비스 외엔 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지난해에 이를 불법파견근로로 노동위에 신고했다.) 뿐만 아니라 철도공사가 회사에 1인당 월급여 248만 원을 제공하면 우리에게 돌아온 실수령액은 140만 원에 불과했고, 마지막으로 받은 월급은 100만 원이었다.

입사했을 때는 정년이 보장되는 준공무원 대우를 해주겠다고 해놓고 매년 연말마다 노골적인 해고(계약해지)위협을 하는가 하면, 상여금·휴가·수당을 상습적으로 체불했다. 심지어 보건(생리)휴가도 선착순으로 적용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조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면 사소한 일에 경위서를 남발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 직접적인 계기는 =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자회사인 철도유통이 아닌 철도공사의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아 철도노조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 현재 파업 참여자들은 어떻게 지내나 = “초기에 370명이 파업에 동참했으나 70여명이 복귀했고, 70명이 퇴사 또는 이직해 현재 230명이 남아있다. 이들 대부분은 용산에 있는 철도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 본부에서 합숙해왔다. 지도부인 정혜인 부산지부장과 정지선 대변인은 단식하다 쓰러졌고, 한효미 서울부지부장 등 8명이 2차 단식중이다.”

▷ 언론보도에 대해 평가한다면 = “초기엔 사건보도 또는 사진기사 위주로 보도하는데 그쳤지만 최근 경향이나 한겨레에서 사설이나 칼럼으로 우리 문제를 다루고 있다. 파업직후 30∼40일간 우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젊은 미모의 여성들이 파업한다’는 식의 미담기사로 다뤘다.

최근 MBC의 <가족애발견>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하루종일 취재해 놓고 정작 우는 장면만 방송됐다. 방송직전에 담당 PD가 ‘우리 방송에 큰 기대하지 마라. 많은 압력이 들어온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KBS의 KTX 2주년 평가 프로그램은 KTX의 지원을 받아 제작하면서 조합원들의 인터뷰 장면을 넣으려 했다. 한쪽에서 파업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데 동원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해 삭제를 요구했다.”

▷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우리 문제에 대해 단순한 관심 차원이 아니라 정부 또는 정책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과, 왜 싸우고 있는지를 다뤘으면 한다. 우리 문제의 핵심은 철도공사가 자회사를 남발해 안전과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모든 불편과 위험이 승객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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