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불편·철도대란이라더니… 이젠 무관심"
[KTX 파업 100일 언론보도점검]"과거 파업 보도행태 답습 여전"...공공연맹 "파업보도 적극대응할 것"
KTX 승무원들이 지난 2월 말부터 철도공사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00일째(오는 8일) 파업을 벌여오는 동안 대다수 언론사들은 이들의 파업을 ‘승객불만·철도대란’의 대상으로 비판하다 이들이 전원 해고된 이후부터는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다.
한겨레 경향 부산일보 등 일부 신문을 제외한 종합일간지 및 경제지, 방송사들은 큰 틀에서 이 같은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이들 언론보도에서는 승무원들의 요구만 있을 뿐 왜 그러한 요구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파업 100일이 가까워지는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해 과거의 파업 보도행태를 여전히 답습했다.
▷사복투쟁·총파업은 ‘승객불만’=KTX 승무원들이 철도노조 준법투쟁 지침에 따라 지난 2월 25일 사복근무투쟁에 나서자 연합뉴스 YTN CBS노컷뉴스 매경 대전일보 동아 조선 등 주요 언론사들은 ‘승무원의 사복투쟁으로 승무원없는 열차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7일자 <돈은 돈대로 내고…불편한 KTX>에서 철도공사의 말을 인용해 “공사측이 철도유통에서의 정규직 전환 등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철도공사 정규직만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닷컴은 27일 오후 <누리꾼들, ‘KTX 여승무원 공사 정규직화 어불성설’>이라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승무원들의 정규직화 요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네티즌 의견을 실었다.
3월 1일 KTX 승무원도 총파업에 들어가자 언론들은 <교통·물류대란>(대전일보) <“언제까지 불편감수해야 하나”>(매경)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불법파견근로” 대부분 외면=철도공사가 승무원을 자회사(철도유통)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면서도 업무지시와 감독을 행사하는 편법적인 파견근로를 벌여왔다는 점이나 이들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고용불안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냉소적으로 다뤘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3월 16일 “철도공사가 철도유통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해 고용은 철도유통이, 사용은 철도공사가 하는 방식으로 승무원에게 일을 시켰다”며 “승무원들은 열차팀장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직접고용하지 않는 것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며 이는 불법”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보도한 곳은 경향과 부산일보 한겨레 뿐이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련(공공연맹) 민길숙 총괄사업본부장은 “이 같은 불법파견근로행위에 대해 지난해 초 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쪽에서 철도공사의 메모를 받아 직원들에게 전달해주는 식의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문제점을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위해제·정리해고=직위해제를 통보받은 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서울본부, 강금실·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인권위를 찾아가 시위를 하거나 해결을 요구했지만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이들이 연행됐다는 내용과 장면을 위주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이어 철도유통에서 승무사업권을 넘겨받은 KTX관광레저(주)로 승무원들이 이적하지 않음에 따라 지난달 19일 승무원 280여명이 정리해고됐을 때도 대부분 단신으로 사실을 전했다.
한겨레는 23일자 사설에서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통을 덜어줄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사안”이라며 “정부와 정치권 누구도 이들의 문제를 풀어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공연맹 “500인 동조단식 100만 서명운동”=KTX 승무원들의 파업 100일을 앞두고 민주노총 공공연맹은 오는 7일부터 연맹 지도부 등 조합원 500인 동조단식을 실시하는 한편, 8일부터는 KTX 투쟁지지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공공연맹은 또한 KTX 문제를 포함해 언론의 파업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연맹 산하에 언론대책반을 설치했다. 언론대책반은 매주 화요일 마다 주간브리핑을 언론사에 발송하고 있으며, 향후 파업이 발생할 때 파업의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중재위 및 소송 등 대응도 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