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들의 꿈을 앗아가지 말라"

15일 집단 정리해고 사태 앞두고 문인 266명 성명 발표...철도노사는 오늘 4시 교섭 테이블로

2006-05-10     이창길 기자

오는 15일 발생할 수 있는 KTX 승무원들에 대한 사실상의 집단 정리해고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설가, 시인, 평론가 등 문인들이 대거 참여해 이 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을 10일 오전에 발표했다. 강병철 방현석 이인휘 윤정모 조세희씨 등 소설가 41명, 도종환 백무산 백기완 송경동 신경림 안도현 이기형 이시영 정도상씨 등 시인 193명, 염무웅 이명원 임헌영씨 등 평론가 25명, 서정오 윤기현 윤지관씨 등 아동문학가 3명, 김순천 김기선 박수정 최영환씨 등 산문작가 4명, 총 266명이 참여했다.

이들 문인들은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우리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면서 공동성명을 냈다.

성명은 "꿈을 이루려는 오랜 노력 끝에 그들은 KTX 여승무원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꿈을 펼치려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참으로 슬프게도 '비정규직의 굴레'였다"며 문제의식의 일단을 드러냈다. 성명은 또 "2006년 5월 15일자로 이들은 집단 정리해고를 당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성명은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가 자회사 한국철도유통을 통하여 이들을 간접고용하고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했고, 비난 여론이 일자 한국철도유통과의 KTX승무사업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자회사 KTX관광레저와 새로 승무사업 계약을 맺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철도유통과 승무사업 계약을 해지하는 걸 목격한 이들(KTX 승무원)은 KTX관광레저로 가는 걸 거부하고 한국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006년 3월 1일 파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어 "한국철도유통의 손을 빌리든 KTX관광레저의 손을 빌리든 한국철도공사의 손을 빌리든 이들을 집단 정리해고 하는 것은 '참여정부'이다. '참여정부의 비정규직 확산 정책'"이라며 정부에 비판의 화살을 향했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문인들은 "KTX를 처음 타던 날부터 정리해고가 임박한 오늘까지 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흘린 눈물은 이제 강물이 되려 한다. 무엇이 이 어린 여성노동자의 맑고 깨끗하기만 한 눈망울에 눈물이 맺히게 하는가? 도대체 무엇이 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꿈을 앗아가려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정부, 집권여당, 공기업 사장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KTX 여승무원들을 정리해고 하지 말고, 한국철도공사는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이인휘 위원장은 '참여정부'에 대해 더욱 날을 세웠다. 이 위원장은 "지금 보면 현 정부가 얘기하는 것들이 국민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정책을 해나가니 너희는 들어라' 이런 식이다"라면서 "하지만 국민들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런 고통의 목소리는 왜 외면하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과거에도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상당한 고통의 세월을 겪어 왔는데 '지금은 그때와 과연 무엇이 다를 바 있는가'고 되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을 억압하던 못된 뿌리가 밖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사 교섭을 앞두고 양 당사자에 대한 당부를 묻는 질문에 이인휘 위원장은 "철도공사와 승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결코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위를 할 리가 없다. 그래서 (KTX 승무원들에게) 더욱 쉬운 싸움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어려운 싸움이라 하더라도 지금 비정규직 문제가 이대로 간다면 전 사회적으로 위기를 초래하게 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KTX 승무원들은 힘들겠지만 꿋꿋이 싸워주기를 바라고, 사회의 양심세력들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와 전국철도노조는 10일 오후 4시 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이철 사장과 김명환 직무대리가 교섭대표로 참석하고 김천환 철도공사 여객사업본부장과 정지선 KTX 승무지부 대변인 등 노사 양쪽에서 3명씩 참여하는 노사교섭을 열기로 했다. 지난 3월 1일 파업 이후 처음으로 한국철도공사가 KTX 승무원과 직접 대면해 대화하는 자리다. KTX 승무지부는 철도공사가 정리해고 방침과 승무사업 위탁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다시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철도공사는 하루 앞선 9일 보도자료를 내고 "파업 중인 승무원들이 새 위탁사인 KTX 관광레저로의 이적을 거부하고 있다"며 "철도유통은 법적인 사업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승무원들에게 '이적 시한 만료' 및 '사업 계속의 불가'를 통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특히 15일까지 복귀하지 않는 KTX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정리해고'가 아니라 '이적 시한 만료가 맞다'며 '국민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언론들은 '이적'으로 표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늘 노사교섭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다음은 '한국철도공사의 KTX 직접고용'을 호소하는 문인들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

[성명] KTX 여승무원들의 꿈을 앗아가지 말라!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우리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꿈 많은 소녀였을 것이다. 꿈꾸던 세상은 아름다웠을 것이고, 그 세상에서 펼칠 꿈도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 꿈을 이루려는 오랜 노력 끝에 그들은 KTX 여승무원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꿈을 펼치려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참으로 슬프게도 ‘비정규직의 굴레’였다.

KTX를 운영하는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는 자회사 한국철도유통을 통하여 이들을 간접고용하고,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했다. 한국철도공사에게 이들은 “우리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난 여론이 일자 한국철도공사는 ‘기가 막힌 해결책’을 찾아냈다. 한국철도유통과의 KTX승무사업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자회사 KTX관광레저와 새로 승무사업 계약을 맺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한국철도유통과 승무사업 계약을 해지하는 걸 목격한 이들은 KTX관광레저로 가는 걸 거부하고 한국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006년 3월 1일 파업에 들어갔다.

2006년 5월 15일자로 이들은 집단 정리해고를 당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한국철도유통의 손을 빌리든 KTX관광레저의 손을 빌리든 한국철도공사의 손을 빌리든 이들을 집단 정리해고 하는 것은 ‘참여정부’이다. ‘참여정부의 비정규직 확산 정책’이다.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려는 정부에게 우리는 간절히 외친다. KTX 여승무원들을 정리해고 하지 말라!

KTX를 처음 타던 날부터 정리해고가 임박한 오늘까지 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흘린 눈물은 이제 강물이 되려 한다. 무엇이 이 어린 여성노동자의 맑고 깨끗하기만 한 눈망울에 눈물이 맺히게 하는가? 무엇이 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밝고 화사한 얼굴에 눈물이 흐르게 하는가? 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눈물이 모두 말라 평생을 울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무엇이 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꿈을 앗아가려 하고 있는가?

어렵지 않은 일을 어렵다고 한다. 정부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집권여당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공기업 사장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KTX 여승무원들을 정리해고 하지 말라! 한국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라! 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꿈을 앗아가지 말라!

2006년 5월 10일

'한국철도공사의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을 호소하는 문인들

 참여문인 명단

(소설가) 강병철 / 김남일 / 김도연 / 김동민 / 김양호 / 김유진 / 김윤영 / 김재영 / 김종광 / 김지우 / 김한수 / 김해림 / 방현석 / 손홍규 / 안재성 / 유채림 / 윤동수 / 이인휘 / 이재웅 / 이해선 / 이현수 / 엄우흠 / 오수연 / 옥노욱 / 윤정모 / 이광재 / 이기호 / 이남희 / 이명랑 / 이상락 / 이성아 / 임영태 / 전성태 / 정지아 / 정혜주 / 조세희 / 조혁신 / 최성각 / 한지혜 / 홍명진 / 홍인기 (시인) 강덕환 / 고규태 / 고운기 / 고재종 / 고증식 / 공광규 / 공정배 / 곽재구 / 권석창 / 권혁소 / 김경주 / 김경훈 / 김광선 / 김근 / 김기홍 / 김명기 / 김명환 / 김민형 / 김백겸 / 김병호 / 김사이 / 김선우 / 김수열 / 김용락 / 김용만 / 김윤곤 / 김은경 / 김인호 / 김일하 / 김정환 / 김재룡 / 김주대 / 김주태 / 김준태 / 김중일 / 김지섭 / 김창규 / 김창균 / 김청미 / 김태정 / 김해자 / 김해화 / 김형수 / 김형식 / 김효사 / 김흥수 / 김희식 / 나종영 / 나희덕 / 도종환 / 류근삼 / 류외향 / 류재만 / 류지남 / 문계봉 / 문동만 / 문영균 / 맹문재 / 민영 / 박관서 / 박두규 / 박남준 / 박몽구 / 박상률 / 박선욱 / 박성한 / 박승민 / 박영근 / 박영희 / 박용수 / 박일환 / 박재연 / 박찬 / 박철 / 박후기 / 박흥식 / 배창환 / 백무산 / 백기완 / 표성배 / 서보성 / 서수찬 / 서정홍 / 서홍관 / 석병송 / 손상열 / 손택수 / 손세실리아 / 송광룡 / 송경동 / 송명호 / 송제홍 / 송진권 / 송태웅 / 송호필 / 신경림 / 신경섭 / 신동호(서울) / 신동호(대구) / 신용목 / 신현수 / 심호택 / 안도현 / 안상학 / 안이희옥 / 안학수 / 안현미 / 양문규 / 양정자 / 오도엽 / 오봉옥 / 오영호 / 오우열 / 오인태 / 오철수 / 용환신 / 유영갑 / 유용주 / 유종순 / 육봉수 / 윤관영 / 윤석정 / 윤은경 / 윤임수 / 이강산 / 이경자 / 이기형 / 이대흠 / 이도윤 / 이면우 / 이명희 / 이민호 / 이봉환 / 이상국 / 이산하 / 이세기 / 이승철 / 이승호 / 이시영 / 이안 / 이언빈 / 이영주 / 이원규 / 이은봉 / 이장곤 / 이재무 / 이정록 / 이정섭 / 이종수 / 이종암 / 이주동 / 이중기 / 이창희 / 이철산 / 이철송 / 이하석 / 이한주 / 이행자 / 이흔복 / 임동준 / 임효림 / 정세훈 / 정우영 / 장대송 / 장세현 / 장시우 / 장철문 / 전기철 / 전무용 / 전정옥 / 정기복 / 정덕재 / 정도상 / 정동용 / 정석교 / 정종목 / 조선남 / 조영관 / 조영옥 / 조재도 / 조진태 / 조태진 / 조혜영 / 최명진 / 채향옥 / 최종천 / 하경미 / 하태성 / 한영숙 / 함순례 / 홍일선 / 황규관 / 황재학 (평론가) 고명철 / 고영직 / 고인환 / 구모룡 / 김동윤 / 김영호 / 김윤태 / 김정숙 / 김현정 / 김화선 / 남기택 / 박수연 / 방민호 / 서영인 / 염무웅 / 오민석 / 이희환 / 오창은 / 이명원 / 임규찬 / 임헌영 / 임홍배 / 정남영 / 하상일 / 홍기돈 (아동문학) 서정오 / 윤기현 / 윤지관 (산문/르뽀) 김순천 / 김기선 / 박수정 / 최영환  총 266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