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스튜어디스로 인터뷰 나가라고 했다"
KBS '미디어포커스'서 KTX 여승무원 '증언'…"2004년 'KTX 띄우기' 무리한 홍보"
철도노조 파업이 정리된 이후에도 KTX 여승무원의 파업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004년 KTX 여승무원 공채 당시 'KTX 띄우기'를 위해 철도유통의 간부가 항공사 승무원 준비생 출신에게 '전직 승무원'으로 인터뷰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KTX의 화려한 면모가 부각돼온 이면에는 이러한 '언론플레이'도 개재됐다는 것이다.
KBS TV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25일 오후 < KTX 승무원 아직도 파업 중 / 이를 보는 언론의 두 얼굴>이라는 꼭지에서 이 같은 증언을 내보냈다.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KTX 개통을 앞둔 지난 2004년 초 언론은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KTX와 관련된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철도공사와 언론의 이른바 'KTX 띄우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된 소재가 바로 KTX 승무원들이었다"며 "언론은 고속철의 꽃, 선로 위의 프로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해 이들의 외모와 학력, 경력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유통은 자체 홍보물을 통해 KTX 승무원 모집에 전·현직 스튜어디스 출신들이 대거 몰렸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고, 언론 역시 KTX 승무원을 항공사 승무원과 비교하는 기사와, 실제 스튜어디스 경력을 가진 승무원의 인터뷰를 앞다퉈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포커스>는 "그런데 취재진이 만난 한 KTX 승무원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황당한 경험을 털어놨다"며 "철도유통의 한 간부가 항공사 승무원 경력이 없는 자신에게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속여 인터뷰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KTX 승무원 김모씨가 "그때 사설학원 다니고 있었어요. 승무원 준비하려고…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본부장님께서 '아, 그럼 승무원 했네' 그런 식으로 말씀하더라고요. '전직 승무원으로 나갈 거니까 그렇게 너희들이 대처해 인터뷰해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로 방영됐다.
<미디어포커스> 홈페이지에는 이 승무원이 "학원 얘들도 다 알고 그래서 안된다고 하는데도 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며 그냥 스튜어디스 출신이라고 하라는거에요"라고 말한 것도 기재됐다.
<미디어포커스>는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의 무리한 홍보 전략과 이에 가세한 언론의 상업적 속성이 맞물리면서 KTX 승무원은 한때 인기 직종으로 떠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며 "KTX 여승무원들이 언론에는 화려한 모습으로 소개됐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것들은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죠?"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겪는 비합리적인 대우와 부당한 차별'과 같은 부분이 처음부터 노정됐는데도 언론은 이에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디어포커스>는 "한동안 언론에 뜸하던 KTX 여승무원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달 사복투쟁이 발단이 됐다"며 "그러나 이들이 사복 투쟁에 나서게 된 배경과 원인에 관심을 두기보다, 사복을 입고 머리띠를 두른 승무원들의 모습을 화젯거리로 보도하거나 승객 불편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KTX 여승무원들은 지난 2년간 철도공사 자회사인 철도유통 소속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았다며 공사 소속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