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철'이 노조파업 때문?
28일 헤럴드경제 등 '시민 발목' 운운…대구지하철 참사는 '1인승무제' 때문
전국철도노조와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 노조가 '철도 상업화 중단' 등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1일 파업을 강행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언론이 사태의 본말을 따지지 않은 채 '시민 발목 운운'하는 보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헤럴드경제는 28일자 기자수첩 <사고철 오명부터 벗어라>에서 "툭하면 '발병'(고장)이 나서 출퇴근길 '짜증철'로 내몰고도 모자라서 파업이라니, 해도 너무하지 않나. 3월 1일부터 사상 초유의 동반파업을 선언한 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1∼4호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운을 뗐다. 헤럴드경제는 "대구지하철 참사의 악몽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 대형사고가 터질지 조마조마한 이용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비울 수 없다"며 "노조의 총파업 핵심은 임금인상, 인력충원인데 승객 입장에선 정말 어이없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익명 의견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1∼4호선)은 IMF 외환위기 이후 1621명이 구조조정 당했고 2월1일 현재 정원에 비해 395명 부족한 상태다. 지난해 서울메트로 노사 공동으로 정밀 검진한 결과 62%의 지하철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했고, 이 중 의학적 조치가 당장 필요한 노동자는 15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헤럴드경제가 문제삼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는 지나친 구조조정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기관사 1명이 운행의 모든 책임을 지는 '1인 승무제' 때문이었다. 당시 불이 났던 1079호 기관사 최모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화재사실을 사령실에 먼저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불을 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승무원이 2명이었다면 한 명은 보고를 하고, 남은 한 명이 불을 끌 수 있었던 상황이다. 사망자가 많았던 1080호 기관사 역시 홀로 탑승해, 문이 열리지 않은 뒤쪽 객차 상황까지는 미처 살피지 못했다.
헤럴드경제 지적대로 사고철 오명부터 벗으려면 서울지하철은 인력을 충원하고 대구·부산·인천지하철, 수도권 국철 분당선과 도시철도공사 5∼8호선은 원래대로 '2인 승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상식적인 주장이다.
한편 대검찰청 공안부는 철도노조와 서울메트로 노조 파업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공무원노조 등이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14만 전 조합원은 철도노조의 정당한 파업을 지지하며 어떤 형태의
대체근무 지시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철도노조의 요구는 모든 시민의 요구와 일치한다"며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철도사고는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현장인력이 축소되고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안전운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철도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민간위탁은 수도·전기·행정 등 전
공공부문의 문제로 확대돼 해당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는 직권중재 적용을 중단하고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안전과 공공성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철도노조 김영훈 중앙쟁의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담화문에서 "정부도 인정한 철도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다 해고된 67명의 동료들은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투쟁중인 KTX 여승무원의 고용안정과 정규직 전환 등을 위해 총파업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철도노조는 27일 13차 본교섭에서 "방만한 자회사 확대를 청산하고 직접고용을 통한 비용절감과 투명경영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주장했지만, 철도공사가 "공감은 하지만 합의는 어렵다"고 밝혀 단체교섭은 타결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