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전기료 인상? 전기료는 오르지 않았다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우리나라 대부분 언론이 사설을 통해 논쟁을 벌였다. 전면전이란 의미다. 공격수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다. 조선일보 사설은 “8년 만의 전기료 인상, 탈원전 정책 아래선 이제 시작일 뿐”, 중앙일보 사설은 “전기료 인상, 날아들기 시작한 탈원전 고지서”다. 여기에 매일경제가 지원사격 한다. 매일경제 사설은 “물가 상승에 기름 붓는 전기료 인상, 원전외엔 제동 걸 방법 없다.” 요약하자면 8년 만에 전기료가 올랐는데 이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반격한다. 한겨레 사설은 “전기요금 8년 만의 인상, 연료비 연동제 안착시켜야”, 경향신문 사설은 “8년 만의 전기료 인상, 전기료 체계 현실화 계기돼야” 즉, 8년 만의 전기료 인상은 너무나 당연하며,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신문과 국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물가 상승을 잘 대비하자는 중립적 입장을 취한다.
거의 모든 언론이 사설을 총동원해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오랜만이다. 그런데 누가 맞고 누가 틀릴까? 정답은 모두 틀렸다. 놀랍게도 전기료 자체가 오르지 않았다. 아니 모든 언론이 전기료가 8년 만에 상승했고, 이에 대한 책임이 탈원전 정책인지 아닌지 논쟁하고 있는데 전기료 자체가 오르지 않았다? 이게 무슨 허무한 개그일까?
예를 들어보자. 내가 8년 전부터 살고있는 월셋집이 있다. 8년 동안 월세가 안 올랐다. 고마운 일이다. “집주인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올 초에 집주인이 집 유지비용이 줄었다며 3만원 깎아준다고 한다. “집주인님 사랑합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집 유지비용이 올랐다고 3만원 깎아주던 월세를 원상태로 유지하자고 한다. 이때 내가 주장한다.
“아니 8년 동안 월세를 안 올리다가 갑자기 월세를 올리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
아니 이게 웬 뚱딴지인가. 작년은 물론 8년 전 가격 그대로 돌아갔을 뿐이다. 작년보다 더 올리자는 것이 아니다. 올 초에 깎아주었던 딱 3만원 만큼만 원상태로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를 월세 인상이라고 표현하면, 집주인은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차라리 올 초에 3만원 깎아주지 않고 작년 가격 그대로 월세를 유지했다면, 인상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은 확실하다. 올해 평균 월세 납부액은 작년보다는 줄었다. 3분기까지는 작년보다 3만원 적게 냈다. 4분기만 작년과 같은 금액을 납부하게 되었다.
전기료 ‘연료비 연동제’가 오랜 논의 끝에 올해부터 시작했다. 유가 변동에 전기요금을 증감하겠다는 제도다. 우리는 유가 등락에 따라 휘발유와 경윳값이 변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전기요금도 원재룟값에 연동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전기료은 서민 생활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어 최대 변동 폭에 상하한 선을 두었다. 변동 금액은 분기당 최대 3원까지다.
그런데 올초 유가 등 가격이 떨어져서 조정가격이 kW당 3원 깎였다. 작년은 물론 8년 전보다 전기요금이 하락했다. 그런데 2분기, 3분기에 이미 유가 등 가격이 상승했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2분기, 최소한 3분기 전기요금 조정가격은 0원이 돼야 했었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 취지를 무시하고 -3원의 조정단가를 계속 유지했다. 연료비가 지나치게 상승하자 4분기에 드디어 -3원의 조정단가를 0원으로 회복했다. +3원이 아니다. 그런데
“아니 8년 동안 전기요금을 안 올리다가 갑자기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
이렇게 주장하면 논쟁이 붙게 된다. 작년 가격을 회복한 것에 불과하니 ‘인상’이라는 단어는 옳지 않고 ‘회복’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언론과 그래도 전분기보다는 상승했으니 ‘인상’이라는 단어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으로 나누어질 수도 있겠다. 다만, ‘8년 만의 인상’이라는 문구는 써서는 안 된다. 8년 만의 인상이라는 표현은 8년 전보다 이번에 가격이 더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표현은 ‘전분기보다 ‘인상’ 8년 전 가격으로 ‘회귀’라고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공격 측 언론의 프레임은 전기요금 인상보다는 탈원전에 방점이 찍혀있다.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탈원전 때문에 8년 만에 전기요금이 인상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여기에 대한 한겨레와 경향신문 사설의 반론은 “8년 만의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연료비 연동제 때문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실은 전기요금은 인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내년에 유가 등 연료비 원가가 지속해서 인상이 된다면,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 그때, 9년만에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표현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 9년 동안 인상되지 않은 것은 전기료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한전의 누적 적자도 어차피 국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