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화장품 너무 좋아' 갯마을 차차차 주인공 보고 놀랐다"

[국감 현장] 민주당 의원 "공영성 훼손 창의력 상실 방송으로 돈벌이 수단 활용 때려잡아야" 질타…한상혁 "공감한다"

2021-10-05     조현호 기자

‘예능 프로그램의 무분별한 베끼기, 동시간 대 홈쇼핑 연계 판매 방송, 드라마 내에 주인공이 특정 상품 대놓고 광고 등…’. 최근 방송사의 예능 드라마의 이 같은 실상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방송을 상업판매에 직접 활용하는 방송사는 때려잡아야 하며 문을 닫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오후 속개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방송통신위원회 등 감사장에서 대한민국 방송사의 현주소를 고발했다. 우 의원은 방송사 공영성의 추락과 제작진의 자율성 및 창의성 상실 등 방송의 핵심기능인 공영성 공공성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그 근거로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이 너도나도 베끼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우 의원은 “요즘 예능 프로가 거의 비슷한데, 백종원이 뜨면 모두 백종원을 출연시키고 트롯이 뜨면 모두 트롯을 방송한다”며 이러면 여러 채널이 있을 필요가 무엇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우 의원이 과거 부산에 내려가 방송사 PD들이 일본 프로그램 베끼느라고 합숙했던 시절 얘기를 들어 “이젠 내놓고 지상파와 종편 방송사들이 서로 표절하고, 포맷까지 표절한다”며 “일부는 소송까지 가게 생긴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우 의원은 “포맷 표절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번 저렇게 해도 망하지 않으니까 저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의 베끼기 예능으로 가면 방송사가 망하게 해야 한다”며 “이는 다양성 지수를 만들어서 다른 방송사를 많이 베끼면 방송사 문 닫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남의 것 베낄 거면 방송사를 뭐하러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발간한 정책자료집 ‘방송의 상업성 실태와 공공성 회복 방안’에서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프로그램 포맷 베끼기는 여전히 방송가에서 만연하고, 2021년에도 트로트 예능과 각종 관찰 예능, 골프 예능, 이혼 소재 예능 등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며 “같은 출연자들이 비슷한 소재와 포맷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다수”라고 비판했다.

연계편성, 즉 동시간 대에 한쪽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상품을 좋다고 하고, 실제로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는 그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행태도 질타를 받았다. 우 의원은 “연계편성으로 노골적으로 장사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에서 예를 들어 ‘녹용이 좋아요’라고 하면, 옆 채널의 홈쇼핑에서 그걸 판다”며 “내놓고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냐. 방송이 협찬해서 방송해놓고 홈쇼핑에서 같은 시간대에서 판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저게 방송이냐”며 “방통위가 이 문제를 심의한 게 너무 적다. 연계 편성 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19년 11월부터 20년 1월까지 3개월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및 종편 채널의 24개 프로그램에서 423회에 걸쳐 연계편성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 의원은 자료집에서 전했다.

이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제가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고 법안도 제출돼 있다”고 답했다.

우 의원은 “이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방통위 권한으로 때려잡아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방송을 통해 장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건강정보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른바 ‘건강 전문가’를 들어 “이들이 과연 전문가인가. 전문가인지 박사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들은 프로그램에서 ‘다 좋다’고 한다. 4개 프로그램 나와서도 똑같다”며 “방통위가 의료전문가의 자문 받지 않고 있는데, 신빙성이 있는지 파악해달라”고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내용심의는 방심위가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우 의원은 “이런 상업화 어떻게 중지 시켜야 하겠느냐”며 “방송에서 부동산 장사, 보험장사, 증권장사하는 것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경우 올해 수십억 벌었지 않느냐”며 “이게 방송이라고 보느냐, 증권판매로 보느냐. 방송을 직접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때려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프로그램에서의 노골적인 광고 판매도 비판했다. 우 의원은 “주인공이 대사를 할 때 갑자기 ‘핸드폰 잘 찍히네’라고 한다”며 “갯마을 차차차에 보니 주인공이 화장품을 놓고 ‘이것너무 좋아’하고 있다. 깜짝 놀랐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연계편성, 프로그램 베끼기, 직접 판매에 활용되는 방송 가려내야 공영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